인생이라는 경주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데 왜 세상은 나에게 당장 해답을 주지 않을까?
이만큼 노력하고 있는데 왜 나의 손에 다른 사람들의 것처럼 거창하고 그럴듯한 것이 잡히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전부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는데 나 혼자만 거북이 걸음으로 기어가는 듯한 느낌.
이처럼 내 마음이 자꾸 조급할 때면 수첩 속에 적어둔 오린L. 크레인의 시 한 편을 읽어보곤 합니다.
신이시여, 나로 하여금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파도처럼 요동치는 내 마음을 잔잔한 물결이게 하소서.
인생이라는 달리기 시합에서는 빠른 사람이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빠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날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하소서.
높은 탑처럼 치솟은 커다란 떡갈나무를 보면서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잘 견디며 자라났기에 이처럼 크고 튼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소서.
인생이라는 경주.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은 것은 아닙니다.
빨리만 달려가다보면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도 못 보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지나가 버리기 일쑤입니다.
조급하게 보채지 않으며, 정신없이 서두르지 않으며, 허둥지둥 하지 않으며 묵묵히,
열심히, 한 걸음 한 걸음에 나의 모든 힘을 담아 살아가렵니다.
그렇게 나의 길을 간다면 대단한 성공까지는 아닐지라도 훗날 나의 자서전에
부끄럽지 않은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성철 -「느리게 그리고 인간답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