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의 똑똑한 바보들, 누가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요즘 방송사나 기업에서 진행하는 청년창업 관련한 프로젝트에 관여하느라 청년창업가들을 최근에 많이
만났다. 그런데 그중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 국내 명문대 재학생, 졸업생들의 수많은 사업계획서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들 명문대 학생들의 좋은 사업계획도 있고, 이들 중 성공적인 벤처창업의 길을 걷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 실망도 더 큰 것인지 모르겠지만, 실망스러운 사업계획이 더 많다. '돈'을 벌겠다는
발상으로 기존에 있던 돈된다고 알려진 사업을 문제의식없이 복제해서 하겠다는 이들이 너무 많았으며,
참신하거나 창의적인 것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명문대생의 경험을 내세워서 그랬는지 국내의 입시 위주 기형적인 사교육시장에 영악하게 눈을
떴는지 입시교육 관련한 사업도 꽤나 자주 보게 된다.
정말 그들은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도대체 저 똑똑한 명문대생의 머리에 무슨짓을 한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벤처창업의 핵심은 새로운 문제의식이자 문제해결이다. 이제껏 없던 새로운 사업을 창조해내지 않아도 좋다. 적어도 있던걸 그대로 복제하거나 이미 누군가가 흔하게 하고있는걸 하겠다는 식으론 곤란하다. 기존에 있던걸 개선시키거나 불편하거나 문제제기되던 것에 대한 해결이 덧붙여지는 것은 되어야 한다. 분명 머리좋은 아이들일텐데 왜 저럴까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한편으로 세상의 때를 너무 많이 묻혔나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어쩌면 그들 중 상당수는 창업이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었을 수도 있다.
취업이 안되서 눈높이를 낮추기보단 그냥 벤처 창업이라도 해볼까 하는 심정이었을 수 있다.
마크 주커버그의 신화를 보고 큰 돈 벌겠다며 덤벼든 아이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선채 잔머리만 굴리는 아이들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
벤쳐캐피털 업계에선 소위말하는 명문대보다는 비명문대 출신이 더 참신한 사업계획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고, 투자를 했을 때에도 더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조차 나돈다.
결핍은 늘 더 많은 도전을 부른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명문대의 프리미엄이 벤처경진대회 같은 상을 주는 곳에서는 유리하겠지만 실제 창업에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비롯해 각종 지원자금을 받는 사람들을 무수히 만났지만
솔직히 대부분이 실망스러웠다. '쓰레기' 같은 사업계획이 너무 많은데다, 심지어 그런 계획에도 상을 주고 지원금을 주는 엉망인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금만 노리는 꾼들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같은 시기 고등학생들의 사업계획을 보고선 무릎을 쳤다. 철없는 십대 창업자들은 기존에 있던 것의 복제보다는 없던걸 새로 창조하는 접근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십대 창업자들은 입시에 매달리는 애들이 아니다. 자신의 특기로 대학을 갈 수 있는 것이지 공부해서 그 점수로 대학가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대학을 꼭 가야겠다는 생각도 달랐다. 창업하는데 필요한 공부를 더 하려고 대학을 가고 관련한 전공을 선택하겠다는 식이지 좋은 간판의 대학에서 장래의 인맥을 만들려고 졸업장을 따려는게 아니었던 것이다. 문득 현재의 교육체제에 적응 잘하고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창업가를 키우는데서는 좋은 길이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창업가 뿐 아니다. 새로운 창조와 도전을 하는 역할의 사람에겐 기존의 입시교육에 집중하는 것과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학습태도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인식해야 한다.
세상은 문제를 만드는 사람과 답을 찾는 사람으로 나뉜다. 전자가 창조자이자 혁신가라고 한다면 후자는 따라가는 사람이자 현실적인 사람이다. 과거에는 후자에게도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점점 시대가 빨리 변하고 첨단 기술문화가 고도화되면서 후자에겐 더이상 기회가 없어진다.
세상은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 이끄는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문제를 몰라서 답을 모르는 것이지 문제가 있다면 답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늘 남이 만들어놓은 문제에 대한 답 찾는것에만 집중하는 교육을 해왔다. 그것도 자신이 찾고싶어서가 아니라 찾아야 해서 찾는 답이고, 자기만의 답이 아니라 모범답안을 학습한대로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모방은 참 잘하지만 창조는 너무 못한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발빠른 모방자, 즉 따라쟁이로 살아남았던 것이지 우리 기업들이
이노베이터이자 선도자가 되진 못했었다.
이젠 창조와 혁신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더이상 남이 만든 문제에 답만 쫒아가는 따라쟁이들이 설 땅이
좁아진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문제의식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더 중요해진다. ‘왜’ 하는지가 중요하지 ‘어떻게’ 하는지는 그보단 덜 중요하다. 똑똑한 머리는 이제 ‘왜’에 더 집중되어야 한다. 기존의 획일적 교육이나 일방적 전달의 학습방식으론 절대 이를 키울 수 없다.
그래서 혹자는 교육이 아이를 망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도 펼친다.
수동적으로 학습능력을 키워온 아이는 미래에 루저가 되는 가장 큰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