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인가 적인가?
사회적동물인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동시에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어 한다.
전국책(戰國策)에서는 이를 극적으로 표현하여 “대장부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단장한다.”고 하였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였듯이 조직에서도 상호 신뢰관계가 두터워져야 신바람이 나고 능률도
오른다.
# 진나라 때 명마를 잘 고르기로 이름난 백락(伯樂)이 길을 가다 우연히 소금수레를 끄는 말을 보고 길게
탄식하였다. 군웅이 할거하는 춘추전국시대에 용맹한 장수를 태우고 전쟁터를 종횡무진 누벼도 시원찮을
준마가 주인을 잘못 만나 소금가마나 운반하고 있으니 아깝다는 뜻이었다. 백락이 그 말을 저자거리로 끌고 나와 찬찬히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말 값이 크게 뛰었다.
비범한 재주를 가졌어도 이를 알아보는 스승이나 친구를 만나야 비로소 재능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역으로 부하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어야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슬기로운 뛰어난 지도자는 추종자들의 능력을 빨리 파악하고 이를 펼치도록 뒷받침하려들지만,
욕심 많은 왕초는 오직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포장하여 선전하느라 여념이 없다.
# 중국 동진 때 일이었다. 촉 땅을 평정한 장군 환온(桓溫)의 위세가 높아지자 은근히 겁이 난 황제 간문제(簡文帝)는 학식과 재능을 겸비한 은호(殷浩)를 중용하였다. 어질 적 죽마를 타고 같이 놀던 환온과 은호는 이때부터 시기하고 맞서는 앙숙이 되었다.
천하의 문장이며 명필로 이름난 서성(書聖) 왕희지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중원정복에 나선 은호가 크게 패배하자, 환온이 앞장서 은호를 사지로 내 몬 다음 이렇게 말했다. “내가 타다 버린 죽마를 줏어 타던 그 놈은 나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얼마 후 그 환온도 역적으로 몰려 처형되었다.
뛰어난 인재들이 뜻을 모았으면 큰일을 성취하였을 것인데, 으르렁거리다 나라도 시끄럽게 하고 자신들도 나락에 빠졌다. 죽마고우(竹馬故友)도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하면 친구인지 적인지 모른다는 교훈이다.
마음이 통하면, 어른과 어린이도, 하인과 주인도, 남극과 북극 사람들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에는 자기를 알아주고 아끼는 사람을 뒤 늦게 만나는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
마음을 열고 있으면, 늦게라도 행운을 맞이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스스로 먼저 남의 좋은 친구가 되어야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생각건대, 나를 알아주고 이해하는 좋은 친구를 만나는 일은 정말 행운이지만, 나쁜 친구와 사귀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허황된 말에 눈이 어두워 속닥거리다 진실한 우정의 바탕인 정의감을 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베풀 때는 생색내지 말고, 받을 때는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 자칫하다 받는 이의 자존심을 자극하여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 받을 것이면 당당하게 받아야 언젠가 떳떳하게 갚을 수 있다.
어려울 때 지나치게 굽실거리는 사람일수록, 상황이 바뀌면 옛날을 고마워하기보다 지워버리거나,
더 나아가 그 소중했던 벗을 도리어 괄시하려고 한다.
노예근성이란 힘이 있을 때, 고마운 줄 모르고 함부로 날뛰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라.(마태복음 7;6)" 는 성경구절을 곰곰 생각해보자.
나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구든지 평소에는 현실세계를 무시할 수 없어 요모조모 따지고 타산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만이 인간적 감동을 받으면 이 세상 하찮은 명리(名利)를 뿌리치고 순결한 정신세계에 몰입할 수 있다. 정신세계가 고결하지 않은데 어찌 명예를 위하여 목숨을 버릴 수 있겠는가?
아무리 물질세계에 포위되어 있어도 사람은 정신세계를 떠나서는 존재가치를 찾지 못할 때가 때때로 있다.
* 출처 : 신세철의 경제적인 정말 경제적인
(http://w.hankyung.com/board/view.php?id=_column_323_1&no=127&ch=com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