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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경영/벤치마킹

질문을 통해 지식을 창조한다 - ScienceTimes -

 

질문을 통해 지식을 창조한다

 

연세대 윤종록 교수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참 신기한 나라다.

한국 충청도만한 면적에 인구약 75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살면서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벨상의 22%를 차지했으며, 지식산업에 있어 세계 3위의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인구 800명 중의 1명이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고 있으며, 미국의 장외 주식시장인 나스닥의 상장기업 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에서는 특허료로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번 있었던 세계 금융위기 때에는 한 기업도 망한 적이 없는 나라다.

산업 전반에 걸쳐 거품이 거의 없어 금융위기와 같은 재난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후츠파’ 통해 유대인 창조성 이해할 수 있어

윤 교수는 지난 12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주최 '제 107회 조찬집담회'를 통해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산업 각 분야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생존법이 있으며, 그 중심에 '후츠파(chutzpha)’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단어의 의미는 '뻔뻔스러움(to be prudent)'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의 국민성을 '후츠파'라고 한다는 것. 2009년까지 KT 부사장직을 역임한

바 있는 윤 교수는 현재 연세대에서 이 '후츠파' 연구에 깊이 몰입해 있다.

▲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윤종록 교수 ⓒScienceTimes

윤 교수에 따르면 이 '후츠파'를 이해할 수 있어야 지금의 이스라엘 산업의 번창과 그 밑바탕이 되고 있는 창의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국어인 히브리어에는 "Excuse me(실례합니다)"란 문장이 없다. 혹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Excuse me"라고 묻는다면 "실례가 뭡니까?"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행동이 오만불손(傲慢不遜)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스라엘만의 독특한 문화를 의미한다. 다른 나라 말로 '뻔뻔함(to be prudent)'으로 번역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주제넘은', '철면피', '오만', '놀라운 용기'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유교식으로 이야기하면 이해하기 힘든 문화다.

그러나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 이해하기 힘든 문화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놀라운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먼저 이스라엘 말인 히브리어에는 존칭어가 없다. 신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말이다.

이 문화는 실생활에 그대로 드러난다. 멋진 핸드백을 메고 가는 여인에게 갑자기 다가가 그 핸드백의 브랜드·가격을 물어봐도 이 나라에서는 실례(Excuse me)가 되지 않는다.

군대 막사에서 회의를 하는데 책임자 격인 장군이 늦게 도착하면 회의 내내 커피 시중을 들어야 한다.

학생이 교수와, 기업 사장이 신입사원, 장관이 말단 공무원과 이야기할 때 그 분위기는 거의 충격적이다.

자원이 없는 나라, 지식산업으로 대체

학생이 교수를 보고, 신입사원이 사장을 보고, 말단 공무원이 장관을 보고 "당신이 내 상관이면 상관일 수

있는 이유를 대라"는 식으로 당돌하게 대하는 것이 일상이다. 윤 교수는 이런 모습이 하도 이상해 학생들에게 그 진위를 확인했다. 그러나 결과는 똑 같았다. "무엇이 이상하냐?"는 답변이었다.

이스라엘은 한마디로 자원이 없는 나라다. 사는데 필요한 물조차 바다에서 끌어와야 한다. 이런 나라에서 토론은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고, 질문은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원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질문을 아무리 당돌하다 하더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이스라엘의 문화다.

이스라엘인들에게는 이 토론 문화를 큰 머리(로시가돌) 문화로 설명하고 있다.

작은 머리(로시카탄) 문화와 비교되는 것이다. 보통 이 큰 머리 문화를 미국 아폴로 계획에 비유한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발사로 자극받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승인한 이 아폴로계획은 과학자들의 창의성

존중문화, 최소한의 원칙과 최대한의 자율성, 열린 논쟁 등을 이끌어냄으로써 1970년대가 되기 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게 된다.

반면 미국 닉슨 대통령이 추진한 우주왕복선 '콜롬비아 프로젝트'는 아폴로 성공사례를 그대로 답습했다.

당시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연구현장에서 표준모델, 시간 엄수, 예산배정 등의 기준들을 양산했고

결과적으로 '발사 도중 폭발'이라는 참상을 빚었다. 작은 머리 문화의 실패라는 것.

이 큰 머리 문화는 그동안 세상에서 몰랐던 수많은 혁신사례들을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텔 이스라엘 연구소의 기술혁신 사례, 사막에서 기르는 물고기(향어), 사막의 정글, 구글 검색엔진의 개발, 전기자동차 충전소 개발 등의 사례는 형식을 타파하고, 토론을 무제한 허용하는 혼돈스럽지만 자율적인 문화가 교육과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엉뚱한 데서 아이디어를 찾는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라는 것이 있다.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이에 따라 컴퓨터 성능은 5년에 10배, 10년에 100배씩 좋아진다는 내용이다.

이 법칙은 1965년 고든 무어(Gordon Moore) 인텔 전 회장이 페어차일드 연구원으로 있을 때

미래 수요를 예상해 만든 법칙이다. 1968년 그가 창업한 인텔은 이 무어의 법칙을 충실히 증명했다.

그리고 1970년 세계 최초의 DRAM을 개발하는 등 승승가도를 달리던 중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 자유분방한 융합연구 분위기 속에서 이스라엘 벤처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이스라엘 공과대학에서 휴식 중 환담을 나누고 있는 학생들. ⓒ이스라엘 공과대학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과 윤종록 교수에 따르면 새로 만든 칩의 밀도가 높아지고 성능이 좋아지면서

심각한 수준의 발열 문제가 발생했다. 칩 내부 온도를 낮추지 않으면 칩을 사용할 수 없었다.

1970년대 말 이스라엘에 있는 인텔 하이파연구소에서도 미국 본사의 고민을 알고 있었다.

운전병 아이디어로 만든 전기차 충전소

10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태스크 포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연구팀의 구성원이 매우 흥미로웠다. 반도체 전문가 5명에 비전문가 5명을 붙였다. 전문가들이

먼저 전문적인 의견을 내놓으면 비전문가들이 비전문적인 의견을 내놓는 특이한 연구방식이었다.

그러던 중 군대 운전병 출신 비전문가 연구원이 엉뚱한 의견을 내놓았다.

자동차에는 기아박스라는 것이 있다. 엔진의 고속 회전운동을 저속이나 강력한 회전력으로 바꿔 바퀴를

움직이게 하는 변속기를 말한다. 이 기아박스 장치를 반도체 안에 넣자는 제안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1979년 전설적인 '8088'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 '유대인의 창조정신'에 대해 강연 중인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과 윤종록 교수. ⓒScienceTimes


베터플레이스(Better Place)란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전기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충전소를 개발

했으며, 현재 세계 곳곳에서 많은 전기자동차가 베터플레이스 충전소를 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만도 50만개의 충전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터플레이스 충전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배터리 회사들은

오랫동안 전기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는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베터플레이스 역시 처음에는 이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충전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군 조종사 출신 직원이 자신의 경험담을 내놓았다.

배터리를 미리 충전했다가 재빨리 갈아 끼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 측은 이 말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방전 후 배터리를 충전하려고 애쓰기보다 충전한 배터리를 아예 갈아 끼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스라엘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이 충전소를 통해 전기자동차만

운행하려는 세계 최초의 석유탈출 계획을 진행 중이다.

개방적 융합 인프라 통해 신기술 양산

구글이 인터넷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독특한 검색 시스템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구글은 검색창에 문자를 입력하면 즉시 검색어 후보를 실시간으로 표시해주는 기능

(자동완성기능) ‘구글 서제스트(Google Suggest)’를 공개했다.

당시 구글 측은 이 ‘구글 서제스트’에 대해 구글 직원들의 ‘20%의 자유시간’을 이용한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 자유토론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 이스라엘인이다. 당시 구글 이스라엘연구소에 근무하던 IBM

출신 40대 여성 요엘 마르크는 성경 색인학자였다.

토론을 통해 성경을 색인하는 방식을 활용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방식을 검색엔진에 적용함으로써 구글 검색엔진에 성경 색인방식을 결합한 '구글 서제스트'가 탄생하게 된다.

나이스시스템이란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이스라엘 최정예 특공부대인 '탈리오트' 출신들이 만든 회사다. 현재 이곳에서 공급하는 통화감시장치 '나이스 시스템'을 포브스 100대 기업 중 85개 업체서 사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기업들이 이처럼 잘 나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곳이 사막이다.

해저 221m 갈릴리 호수에서 퍼 올린 물을 사막 어느 암반층에 저장했다.

그리고 섭씨 38도, 민물과 해수 중간 정도 염도인 이 물 속에서 살 수 있는 물고기를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향어(이스라엘 잉어)다.

살이 찐 향어는 식용으로, 많은 양의 물고기 배설물은 유기농사 비료가 된다.

이 기술은 한 분야에서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지질학자, 생물학자, 화학공학자 등 여러 분야 연구가 함께 병행돼야 한다. 융합연구의 개가다.

윤종록 교수는 이스라엘 기업들을 살펴보면 이런 융합 성공사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탄두에 정착된 광학기술을 갭슐에 적용해 예측의학을 만들어낸 '컴퓨젠', 호흡을 통해 약을 투여하는

'내스피로닉스', 인공췌장을 만드는 '베타 O2', 피부 세포박리 채널기술의 '트랜스파마 메디칼' 등 끊임없이 신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실패 속에서 성공을 찾는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과대학들이 몰려 있는 나라다. 이스라엘과 비교했을 때 약 80배에 달한다.

그런데 지금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바이오벤처는 대부분 이스라엘 기업들이다.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과 윤종록 교수에 따르면 성공한 바이오벤처 중 약 70%가 이스라엘에서 탄생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뻔뻔하면서도 당돌한 후츠파(chutzpha) 정신이 학문과 산업의 장벽을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부대 안에는 탈 피오트 부대가 있다. 보통 엘리트 부대라고 부른다.

이 부대는 입대하는 젊은이들 가운데 최고의 엘리트라고 판단되는 병사들로 구성돼 있다.

엘리트 병사들은 불과 1년 만에 대학 교과과정 전부를 이수하고 연구에 참여한다.

이스라엘 전쟁 교본은 실패의 교본

국방과학연구원이 이 부대를 관리하고 있는데 병사들의 복무기간은 9년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군 부대를 거친 650명의 대원들이 미국 나스닥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이 됐다는 점이다. 8200부대도 있다. 이 부대는 수학 영재들로 구성돼 있으며 보안기술을 개발, 현재 세계 인터넷 보안기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군부대 R&D가 이처럼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유 역시 ‘뻔뻔스러움’, 즉 후츠파 정신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대의 가장 큰 전통은 존경할 만한 ‘전통이 없다’는 것이다.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이스라엘 군인의 전통이다.

▲ 성공적인 벤처기업 베터플레이스의 전기차 충전시스템 ⓒ베터플레이스

과거의 어떤 작전이나 해법이 잘 먹혔다고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전쟁 중에도 마찬가지다.

정부조사단이 작전수행 중인 군 간부를 3일간이나 불러 (작전방식에 대한) 진상조사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특별한 전쟁교본은 없다. 매일같이 새로운 전쟁교본이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스라엘 군대 전쟁교본은 실패를 기록한 교본이다.

그러나 이 끝없는 실패 속에서 세계 최강이라고 일컫는 교본이 탄생하고 있다.

후츠파 정신 중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이 실패의 정신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어떤 경우에든 의도적인 실패가 아니라면, 그래서 건설적인 실패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하다가 실패를 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해

주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이 벤처기업 전선에 과감히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벤처 창업의 큰 돈을 대고 있는 곳은 이스라엘 정부다. 학생들이 벤처를 창업할 경우 정부가 자금의 70%를 지원해준다. 만일 창업한 벤처가 성공을 거뒀을 경우 정부에서는 투자한 비용만 받고 사업 전체를

창업자에게 넘겨준다.

벤처창업 비용 정부가 70%까지 부담

윤종록 교수는 자신의 체험담을 소개했다. KT 임기를 마치고 뉴욕 벨연구소에 도착한 지 11주일 정도 지난 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메일을 보내왔다는 것. 뉴욕에 와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 주 토요일 맨해튼 32번가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윤 교수에게 사외이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부탁이 아니라 명령에 가까웠다. 그들은 거의 반 강제적으로 승낙을 얻어낸 다음 윤 교수를 찾아온 경위를 설명했다. 이스라엘 신문에 소개된 기사를 보고 이스라엘에서 직접 윤 교수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28세, 31세 젊은이들이었다. 벤처를 창업해 두 번이나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돈이 없어 거의 신용

불량자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기업 이사장(사외이사)은 히브리 대학 기술지주회사 이솜(Yissum) 이사장이었다.

윤 교수 역시 2005년 이스라엘 방문 시 만난 적이 있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물들이 젊은이들의 창업을 무보수로 자진해 돕고 있는 모습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 젊은이들은 윤 교수의 중재로 벨연구소와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후 양사 공동으로 미국을 포함, 세계 주요 인터넷 기업들과 공동사업을 시작했다.

인터넷 트래픽이 집중되는 병목기간을 재빨리 예측하고, 소프트웨어를 가동해 즉시 다른 연결통로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벤처기업이 대성공을 거두는 과정이었다.

이런 벤처기업들이 지금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원천기술의 약 40%를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후츠파 정신이 이스라엘 벤처산업을 일으키고,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저작권자 2012.04.1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