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에 대한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의 멋진 생각 |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7.10.23) '국내 최고의 하모니카 연주자'라는 수식에 그는 많이도 쑥스러워했다. 그의 음악이 성장하게 된 동력을 묻자 “제가 이해력이 떨어져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해력이 빠른 사람들은 한 번만 들으면 알잖아요. 저는 두 번, 세 번, 열 번 듣고 다시 해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는 인이 박여서 저절로 트이게 된 거죠.” '"우리도 당당할 수 있구나"하는 꿈이 있었죠' 중에서 (조선일보, 2007.10.20) "이렇게 긍정적으로, 멋지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놀랐습니다.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씨. 올해 33세인 그는 태어난지 보름뒤 원인 모를 열병으로 시력을 잃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 막막했던 그가 하모니카에 본격적으로 빠진 것은 11년 전.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된 벨기에 출신 하모니카 연주자 투츠 틸레망스에 매료됐다고 합니다. 앞을 볼 수 없는 그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코드를 익히고 리듬을 공부했습니다. 연주 녹음테이프 하나를 구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사투를 하듯 아는 이를 찾아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모니카를 연습한 그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곡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해력이 빠른 사람은 한 번만 들으면 알 수 있지만, 자신은 '이해력'이 떨어져서 두 번, 세 번, 열 번을 들어야 했는데, 그런 '반복'이 인이 박이게 했고, 저절로 트이게 만들어 주었다는 겁니다. 앞을 볼 수 있는 많은 이들은 악보 한 번 보면 알 수 있는 것. 그것을 열 번, 스무 번 귀로 들어 익힐 수 밖에 없었을 전제덕. 그런 앞 못보는 '역경'을, 그는 자신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많이 힘들었을텐데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그런 멋진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게끔 스스로를 '만들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좌절과 고통의 시간을 겪었을까... 조금 힘들면 피해가거나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그의 모습을 연주회 현장에서 보고 싶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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