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으로 보는 창의성 조직
창의성 조직이 중시해야 할 것들을 동양학의 관점에서 본다.
또한 창의성이 중요한 시점에서 조직은 조직 구성원들의 어떤 면을 보호해야 하고,
기업의 변화사례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를 동양학의 관점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_박순욱 / CEO Report(www.ceoreport.co.kr) 경영사례분석가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이 진부하리만큼 사회의 모든 분야가 급변하고 있다.
물론 인류 사회가 변화를 겪지 않은 시절은 없었지만, 변화의 속도라는 것이 개인과 조직의 경험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정도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지식경영이 화두였다. 축적된 지식의 활용으로 변화를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실제로 그러하였다. 일례로 세계 유수의 경영컨설턴트 회사로 꼽히는 맥켄지 사의 최고자산을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로 보기도 하였다.
가속도. 운동하는 모든 것은 가속도를 가진다. 변화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지금의 변화는 과거 개인과 조직이 쌓아 놓은 지식과 경험으로 대처하기에는 힘겨울 정도의 가속도로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근래 창의성 경영, 창조성 경영이란 말이 자주 들려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다.
기업조직은 사회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적응하여야 생존할 수 있는 조직이다.
이제 변화의 속도는 기업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만으로 대처하기에는 너무나 빨라지고 있다.
일류 조직은 변화에 앞서 가고, 이류 조직은 변화와 같이 가고, 삼류 조직은 변화를 따라가기 급급하다.
헉헉거리면서라도 따라갈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가속도가 붙은 변화는 그 마저도 허용치 않는다.
변화에 앞서가는 조직, 변화를 선도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지식을 넘어 창조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창조적 인재도 중요하지만 조직이 창조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더욱 더 필요하다.
동양학에서는 사람의 성격유형을 크게 10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 창의성과 가장 관련 있는 유형은 상관이라는 성분이다.
상관이 암시하는 바는 예술성, 창의성, 희생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상관성분이 뚜렷한 유형은 연예계, 예술계, 방송, 언론, 문인, 학자, 교육계통이나 인권변호사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 그런데 상관이라는 성분을 좋은 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유형의 인물을 찾을 수 있지만
나쁜 면에서 본다면 극단의 유형으로 나타난다.
상관이 암시하는 또 다른 바는 경쟁, 소송, 비방 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상관은 한자로 傷官으로 쓴다.
말 그대로 관을 상하게 하는 성분으로 과거에는 흉의(凶意)를 담고 있는 아주 좋지 않은 성분으로
취급하였다. 동양학에서 관(官)은 질서, 명예, 신용, 정통성 등을 의미한다. 상관이란 관을 상하게 한다.
즉 질서, 명예, 신용 등을 상하게 하는 성분이니 이런 성분의 상관이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 변화가 적던 시절, 봉건제, 군주제 등을 거쳐 근세까지 동양학에서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관(官)을 꼽았다. 정통성을 수호하면서 질서를 지키고 명예를 중시하는 성분이 관이니 체제유지에 가장 필요한 성분이 바로 관이라는 성분이었다.
이러니 고서(古書)에 상관견관위화백단(傷官見官爲禍百端)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한 사람의 사주팔자에 상관(傷官)이라는 성분과 정관(正官)이라는 성분이 같이 있으면 그는 재앙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상관이라는 성분이 예술성, 창의성, 희생성 등을 암시하는 한편 교만, 경쟁, 소송, 비방 등을 암시한다는 것은 예술성, 창의성, 희생성은 필연적으로 교만, 경쟁, 소송, 비방을 야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상관성분이 뚜렷한 유형은 연예계, 예술계, 방송, 언론, 문인, 학자, 교육계통이나 인권변호사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하였다. 스캔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주로 이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스캔들의 어원에는 함정이라는 의미가 있다. 상관성분이 뚜렷한 사람은 함정에 빠뜨리려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생겨나게 마련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는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이다.
예술성, 창의성, 희생성 등은 기존의 질서, 체제 내에서 안주할 때는 발휘될 수 없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지 않는 예술성, 창의성은 의미가 없다.
이를 질서나 체제유지측면에서 본다면 상관이란 억제해야 할 성분이다.
끊임없이 질서에 도전하고 체제를 위협하는 성분이니 이를 억제하지 않으면 혼란을 야기 시키는 성분이
상관이라는 성분이다.
상관성분이 뚜렷한 유형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연예계, 예술계, 방송, 언론, 문인, 학자, 교육계통이나
인권변호사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면 나쁜 성분이라고 말할 것도 없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계통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은 소위 '그릇'이 큰 사람들이다.
'그릇'이 작은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생활한다. 평범하게 생활하지만 상관성분이 암시하는 바는
그대로 간직한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싶어 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일면을 보인다.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이를 보면 상사는 관(官)의 의미를 가진다.
조직의 질서와 체제를 유지해야할 의무를 가진다는 말이다.
헌데 부하직원이 상관적 성분이 뚜렷한 인물이라면 상사의 입장에서 이는 억제해야 될 성분이다.
상관의 입장이나 관의 입장이나 그야말로 상관견관위화백단(傷官見官爲禍百端)이다.
잘못된 바는 고쳐야한다고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하직원이나 이를 무마하고 견제해야 되는
상사의 입장이나 재앙을 만난 기분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변화가 실감나지 않는 환경이라면 상관이라는 성분과 관이라는 성분 중 중요한 것은 관이라는 성분이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관(官)이라는 성분이니 이를 깨뜨리려고 덤비는 상관(傷官)이라는 성분보다는 훨씬 높은 비중을 점한다.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상사들에게 던진 질문에서 '괴짜'가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부하직원으로서 '괴짜'를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소위 '괴짜'란 상관성분이 뚜렷한 인물을 의미한다.
창의성을 위해서는 필요한 인물이지만 기존의 질서유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 우리의 기업이 처한
현실이 이러하다. 기업이 처한 현실이라기보다는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중간관리자가 처한 현실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조직이 관(官)을 중시하던 분위기에서 상관(傷官)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창의성 조직에서 필요한 것은 관 성분이 아니라 상관 성분이다.
중간관리자가 상관성분을 높이 평가하고 상관의 역량을 분출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직이 제공
하여야 한다.
홀마크(Hallmark)사는 카드업계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회사이지만
카드업계의 경쟁이 격화되자 체계적으로 창의성 조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카드회사에서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부서는 물론 디자인 부서이다.
홀마크(Hallmark)사는 디자인 부서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하여
디자인 부서를 별도의 조직으로 독립시키고 기존의 관리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도입, 관리하였다.
그 첫째가 디자이너를 중간관리자로서 임명한 것이다.
사내 디자이너를 대거 등용하여 이들을 중간관리자로 육성하였고, 디자이너뿐 만 아니라
여러 유형의 인물들을 디자인 부서로 영입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도록 하여 부서전체가
폭넓은 예술성을 발휘하게 하였다. 상관(傷官) 성분은 관이라는 성분으로 제어가 되지 않는다.
상관(傷官)을 관(官)이 제어하면 마찰만 생긴다. 상관(傷官)을 상관(傷官)으로 하여금 관리하게 하면서
상관(傷官)의 역량을 발휘하게 한다.
디자이너를 디자이너로 하여금 관리하게 하면서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
가장 좋은 디자인을 창조하는 방법이다.
홀마크(Hallmark)사의 관리방식변화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 창의성 발휘를 위한 휴식을 제공하였다.
시간과 자원의 30%를 직원들이 예술적 재능을 재충전 하도록 할애하였다.
각자의 관심사를 추구하는 유급휴가로 탐사여행 등을 실시하였고, 수련원 설치하여
전 세계의 미술작품과 잡지 등을 배치하여 예술적인 창의성을 기르도록 하였다.
동양학에서 상관(傷官)이라는 성분은 나의 힘을 설(洩)하는 성분으로 본다.
상관이 소진시키는 나의 힘을 보충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굳이 동양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홀마크(Hallmark)사는 창의성을 위해 무려 30% 라는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할애한다.
기존의 관리방식이라면 관(官)이라는 성분에 투자되었어야 할 시간과 자원이 이제는 상관(傷官)이라는
성분을 위해 투자되고 있다.
홀마크(Hallmark)사의 사례로 보는 바와 같이 체계적으로 창의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부서부터 하나씩 분리시켜 변화하면서 조직전체에 그 파급효과가 미치도록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스러울 것이다.
- 출처 : (주)라이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