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는 - 한국연구재단 석학인문강좌 -
세상을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는 인문정신의 확산을
목적으로 인문학계를 대표하는 석학들을 초청해 대중들이 수준 높은 석학 강의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인문대중화 사업의 일환으로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16일 서울 광화문 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인문강좌에서 이강수 전 연세대 교수(동양철학)는 <노장사상의 현대사회에서의 意義>라는 주제로 ‘어떻게 세상을 아름답고 지혜롭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강의했다.
겸허한 삶을 살아라
![]() |
▲ 전설에 따르면 노자는 물소를 타고 주나라를 떠나 서쪽으로 갔다고 한다. 이후 알려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위키피디아 |
장자는 이보다 늦은 전국시대 중엽에 살았던 자유인이다. 중국사회가 대란(大亂)에 휩싸여 살육전쟁을 자행하던 때에 홀로 천지정신(天地精神)과 더불어 왕래하면서도 어떤 사람이나 사물도 경시하지 않으면서 소요자재(逍遙自在) 했다.
비록 자기만의 견해가 밝을지라도 마땅히 어리석은 듯이 행동할 줄 알아야 하며, 마땅히 다른 사람들보다 특출하게 나서서 사람들을 어지럽혀서는 안된다. 이처럼 자신의 재기(才氣)를 뽐내지 않고 세상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현동(玄同)이라고 한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아니하고 말을 앞세우는 이는 제대로 모르는 것이니, 지식을 내세우지 말고 욕망의 문을 닫으며, 예리한 재기를 무디게 하고 자신에 얽힌 원한을 풀어내며 그의 빛을 함축하고, 그가 몸담고 있는 속세와 어울리면 이를 일러 현동(玄同)이라고 한다.”
현자는 이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별스런 존재가 아닌 듯이 살아가지만 그 속에는 보석처럼 영롱한 덕(德)이 간직돼 있다. 현자는 자기를 낮추며 산다. 노자가 말하길 “귀한 것은 천한 것으로 근본을 삼고 높은 것은
낮은 것으로 기초를 삼는다”고 했다.
“강과 바다가 온갖 시냇물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이 일체 시냇물에게 낮추기를 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시냇물이 그곳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성인이 일반 백성의 위에 있고자 하면 반드시 그들에게 겸허하게 말하고, 앞장을 서고자 할 때는 반드시 자기 자신을 그들보다 뒤에 있도록 해야 한다.”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살아라
묵자(墨子)는 유가(儒家)의 차등애(差等愛)를 반대해 겸애(兼愛)를 제창했으며,
공자는 인(仁)을 제창한 데 비해 노자는 유(柔)를 귀하게 여겼다.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하여 물 흐르듯이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부드러운 삶을 뜻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 몸이 유연하다가도 그가 죽어갈 무렵에는 뻣뻣해진다. 만물초목도 생겨날 때 부드러우면서 여리고, 죽어갈 때는 말라 비틀어진다. 그래서 뻣뻣한 것은 죽음의 길이요, 부드러운 것은 삶의 길이다. 때문에 군대는 강대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강하면 불살라진다. 견강(堅强)한 것은 아래로 쳐지고 부드러운 것은 위로 솟구친다.”
이처럼 노자는 부드럽고 여린 것일수록 생명력이 충만하다고 보았다. 이에 근거해 도교에서는 도인술(導引術)을 발전시켰다. 도인술은 우리 몸 안에 기(氣)와 혈(血)이 잘 흐르도록 인도하여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함으로써 연년익수(延年益壽)하기를 추구한다.
혀는 부드럽고 이빨은 단단하지만 혀가 오래가고 이빨이 먼저 망가지는 이치와 같다.
기미(幾微)를 살피며 살아가라
노자는 사물의 표면 현상만을 보지 말고 그 근본을 살펴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말하길 “말에는 종지(宗旨)가 있고 일에는 주도하는 것이 있다”라고 했다.
현자(賢者)는 근본으로부터 발(發)하는 일의 기미를 살필 줄 안다.
그래서 성인은 먼 것과 가까운 것, 그리고 심오한 것을 끝까지 궁구(窮究)하고 기미를 연구한다.
그러면 천하의 모든 사람들의 사상과 감정에 통할 수 있으며 천하의 온갖 일을 이룰 수 있다.
20~30미터로 높이 자라는 상수리나무도 조그마한 티눈이 발아하여 커진 것이다.
기미는 일에도 있고 사람의 심성(心性)에도 있다. 일의 기미를 살펴서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대비하고,
심성의 기미를 살펴서 나쁜 싹은 막아 없애고 좋은 싹은 보존하여 자라도록 해야 한다.
이를 잘하면 현인이나 성인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범인(凡人)이나 악인(惡人)이 된다.
그래서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름드리나무는 털끝처럼 작은 것에서 생기며 9층이나 되는 높고 큰 누대(樓臺)도 한 삼태기 흙으로 쌓아진 것이며 천리 길도 한걸음에서 시작된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부터 시작되며 천하의 큰 일도 반드시 미세한 일로부터 시작된다.
![]() |
▲ 동시대를 살았던 예(禮)를 중시한 공자와 도(道)와 무위(無爲)를 중시한 노자는 서로 대비되는 사상가다. 그림은 '젊은' 공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늙은' 노자를 알현하러 가는 모습이다. 두 사람의 만남에 관한 이런 종류의 소재는 중국 그림에 자주 등장한다. 위키피디아 |
자연의 이치에 따르며 살아라
현자는 자연(自然)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한다. 훈련이 잘 된 농구선수나 축구선수도 공을 자연스럽게 다루고 경지에 오른 화가나 서예가도 붓 놀림이 자연스럽다. 노장(老莊)이 말하는 자연이란 산천초목이나 공기, 물, 불, 흙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저절로’라는 의미다.
노자는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道)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고 했다.
중국 위(魏)나라 학자로 중국중세시대의 관념론 체계에 영향을 끼친 왕필(王弼)은 “자연은 칭호가 없는 용어로 궁극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도(道)는 유일절대(唯一絶代)의 실체이기 때문에 그 위에서 시키거나 주재하는 것이 없다.
자연을 본보기로 삼는 현자는 무위(無爲)로 일을 한다. 그래서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때문에 성인은 무위로써 일을 처리하고 말 없이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이며 만물이 그에 의하여
생장하고 변화할지라도 간섭, 지배하지 아니하며 생기게 하고서도 소유하지 아니하고,
위해주고서도 그 보답을 바라지 아니하며, 공(功)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공을 차지하지 아니한다.”
![]() |